[민음사 세계문학] 햄릿, 복수의 딜레마 속에서 찾은 인간의 본질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 깊숙한 갈등과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햄릿 왕자는 아버지의 죽음 뒤, 삼촌 클라우디우스가 왕위를 차지하고 어머니와 재혼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의 유령으로부터 그가 독살당했다는 사실을 듣고 복수를 다짐하지만, 이를 실행하는 데 있어 끊임없이 내적 갈등에 시달립니다.

햄릿의 고뇌는 단순히 가족의 복수를 넘어서는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는 복수를 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와, 그 복수로 인한 후속 결과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그의 독백은, 햄릿이 처한 상황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살면서 느끼는 삶과 죽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작품 속에서 햄릿이 보여주는 끊임없는 망설임과 우울감은 우리에게 인간이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불확실성과 무력감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는 복수나 정의와 같은 외부의 행동만으로는 내면의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햄릿』을 읽으면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인간관계의 배신과 그로 인한 정신적 고립입니다. 햄릿은 어머니 게르트루드가 아버지가 죽자마자 삼촌과 재혼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깊은 배신감을 느낍니다. 이 배신은 단순히 가족 내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신뢰와 배반이라는 보편적인 문제를 제기합니다. 친구로 믿었던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마저 햄릿을 배신하면서 그는 더 깊은 고립 속으로 빠지게 됩니다. 이 부분은 인간관계에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신뢰가 깨졌을 때, 인간은 외롭고 불안해지며, 그 고립감은 햄릿을 파멸로 이끕니다.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햄릿은 복수와 정의를 구분하는 것이 점점 더 모호해집니다. 복수를 실행하려는 햄릿의 마음은 복잡해지고,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명확히 알 수 없게 됩니다. 그는 결국 클라우디우스를 죽이고 복수를 이룩하지만, 그 대가는 너무나도 컸습니다. 오필리아의 죽음, 레어티즈와의 대결,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자신의 죽음까지. 이 비극적인 결말은 복수의 무의미함을 드러냅니다. 햄릿이 복수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그의 주변 사람들 모두의 파멸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복수라는 행위 자체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햄릿을 읽으며 가장 큰 깨달음을 얻은 부분은 복수가 단지 정당한 정의 구현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의 삶에서 억울함이나 분노를 느낄 때 복수를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이 정말로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줄 것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복수는 때로는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 줄 것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중요한 것들을 잃을 수 있습니다. 햄릿의 결말을 통해 저는 복수의 본질과 그 결과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시대를 초월하여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겪는 도덕적 딜레마나 인간관계의 문제,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이 이 작품 안에 녹아 있습니다. 매번 읽을 때마다 다른 감정과 깨달음을 얻게 되며, 햄릿의 고통과 방황은 제 자신의 내면과도 깊은 공감을 일으킵니다.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그로 인한 갈등을 깊이 탐구하는 이 작품은 여전히 현대 독자들에게도 큰 의미를 주는 고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