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은 정말 친환경 에너지일까?
우리는 ‘친환경 에너지’라고 하면 흔히 태양광, 풍력, 수력 같은 자연 에너지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종종 그 목록에 원자력 발전이 포함되는 것을 볼 때마다, 한 번쯤은 멈칫하게 됩니다.
정말 원자력이 ‘친환경’이라는 단어로 불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우리는 두 개의 거대한 재난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1986년 체르노빌, 2011년 후쿠시마.
안전하다고 믿었던 에너지의 붕괴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인간의 과신과 무리한 실험이 만든 인재였습니다.
냉각 장치 테스트 중,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원자로는 폭발했고,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 구름이 수천 킬로미터를 넘어 퍼졌습니다.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사망자는 공식 집계만 수십 명, 실제로는 수천에서 수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도 많습니다.
사고 반경 30km 지역은 지금도 사람이 살지 못하는 죽음의 땅으로 남아 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는 자연의 힘 앞에 인간 기술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대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그로 인한 냉각 시스템 마비.
세계 3대 경제대국인 일본의 첨단 기술력조차, 쓰나미 한 번에 무너졌습니다.
그 이후 흘러나온 방사능 오염수는 지금도 바다로 흘러가고 있고, 고향을 떠나 돌아오지 못한 수만 명의 삶은 여전히 멈춰 있습니다.
친환경이라는 말의 그림자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라고 부르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대규모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연합(EU)조차 원자력을 ‘녹색 투자’ 대상으로 포함시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정말 원자력 발전에 어울릴까요?
사고의 위험성은 둘째치고라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입니다.
한 번 사용한 핵연료는 수십만 년 동안 방사능을 내뿜습니다.
후손들이 먼 미래까지도 이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원자력은 결코 깨끗한 에너지라고만 할 수 없습니다.
또 하나의 모순은, 원전 건설과 해체, 연료 채굴과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환경 피해입니다.
전기 생산 과정에서는 온실가스를 내뿜지 않지만, 그 시작과 끝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환경 비용이 따라옵니다.
기술로 모든 걸 통제할 수 있을까?
최근엔 4세대 원전이나 소형 모듈형 원전(SMR) 등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 역시 사고 가능성의 확률을 낮출 뿐, 리스크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습니다.
핵폐기물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고,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도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선택의 문제
원자력 발전을 완전히 부정할 수도, 무조건 찬성할 수도 없습니다.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원자력은 분명 필요한 에너지 자원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체르노빌과 후쿠시마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은, 그 선택이 가벼운 결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친환경’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위험과 비용을, 과연 우리는 얼마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김상후기
개인적으로 원자력 발전을 둘러싼 논쟁을 볼 때마다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종종 ‘효율성’이나 ‘필요성’이라는 단어로 불편한 진실을 덮으려 하곤 합니다.
하지만 체르노빌과 후쿠시마가 남긴 흔적은, 사고가 한 번이라도 발생했을 때 우리가 감당해야 할 대가가 얼마나 큰지를 너무도 분명히 보여줬습니다.
원자력은 확실히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에너지일 수 있지만, 동시에 사람의 삶과 환경을 영구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에너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생각합니다.
우리가 정말 친환경이라는 말을 쓸 자격이 있는지, 그 친환경의 정의 안에 사람과 자연의 안전, 그리고 시간의 무게까지 담고 있는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