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세계문학] 다섯째 아이: 다름을 마주한 가족의 갈등과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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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를 읽으면서 인간의 본성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단순히 한 가정의 비극을 그린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규범과 가치관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강렬한 작품이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인 헤리엇과 데이비드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부부였습니다. 이들은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가족을 꾸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들의 사랑스러운 집, 다수의 아이들, 그리고 그들만의 전통들은 현대 사회가 제시하는 '행복한 가정'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다섯째 아이 벤이 태어나면서 이 완벽해 보이던 세계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벤의 존재는 그 자체로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는 단순히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가족 내에서 배척당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은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벤을 통해 레싱은 사회가 만들어낸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벤은 태어날 때부터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모습과 성격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 때문에 가족 내에서조차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점은 큰 슬픔을 안겨주었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과연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가족이란 사랑과 이해로 서로를 포용하는 공동체여야 하는데, 왜 우리는 종종 다름을 두려워하고 배척하는 것일까요? 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의 존재는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게 끊임없는 불안을 안겨주고, 결국 가족의 파멸로 이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벤이 단지 '다른' 존재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해야 했는지에 대해 깊은 회의를 느꼈습니다.

특히 헤리엇의 갈등은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녀는 한편으로는 벤을 사랑하고 싶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를 두려워하고 멀리하게 됩니다. 이중적인 감정에 휩싸인 헤리엇의 모습은, 우리 모두가 어떤 면에서는 벤과 같은 '다름'에 대해 가지는 모순된 감정을 대변한다고 느꼈습니다. 저 역시 어떤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두려워하거나 배척했던 적이 있었음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다섯째 아이는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인간 본성의 어두운 측면을 직면하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완벽한 가족, 완벽한 사회를 꿈꾸지만, 그 꿈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희생과 배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자주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이해'와 '포용'입니다.

레싱의 소설은 제게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정말로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기준을 세울 자격이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런 기준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벤과 같은 존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만, 그것이 진정한 인간성과 사랑의 본질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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